온톨로지와 메모리 시스템 (3/13) — 나를 온톨로지화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AI에게 매번 나를 설명하는 피로감에서 시작된 자기 구조화
핵심 요약
- 에이전트 온톨로지(1~2편)가 시스템의 지도라면, 개인 온톨로지는 사용자 자신의 지도
- 존재(Being) → 가치(Values) → 역량(Capabilities) → 행위(Actions) 4층 구조
- AI에게 매번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기회의 적합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 이력서는 남에게 보여주는 나, 온톨로지는 나를 위한 구조도
배경
1편에서 에이전트 간 관계를 정의하는 온톨로지를 다뤘고, 2편에서 그 구현 방법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빠진 게 하나 있습니다. 에이전트들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는 시스템 구조가 아니라 사용자 자신입니다.
여러 에이전트가 모두 같은 사람을 위해 일하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구조화하지 않으면 — 매번 새 세션마다 처음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이 반복의 비효율이 개인 온톨로지의 출발점입니다.
본문
1. 개인 온톨로지란
에이전트 온톨로지가 "시스템에 어떤 에이전트가 있고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정의했다면, 개인 온톨로지는 "이 시스템을 쓰는 내가 누구인가"를 정의합니다.
단순한 프로필이 아닙니다. "이름, 직업, 관심사" 수준이면 AI에게 큰 도움이 안 됩니다.
필요한 건 판단의 구조입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어떤 역량이 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것을 계층으로 정리한 것이 4층 프레임워크입니다.
2. 4층 프레임워크: Being → Values → Capabilities → Actions
L0. 존재 (Being) —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가장 바닥에 있는 레이어입니다. 잘 바뀌지 않습니다.
여기에 적는 것들: - 기질: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무엇에 집중하는가 - 비타협 원칙: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하지 않는 것 - 반응 패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행동하는가, 실패 후 어떤 모드로 전환하는가
이 레이어는 AI에게 "이 사용자는 근본적으로 이런 사람이다"를 알려줍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어떤 에이전트와 대화하든 이 기질은 동일합니다.
L1. 가치 (Values) —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판단의 우선순위입니다.
여기에 적는 것들: - 가치 순위: 나에게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 (예: 성장 vs 안정, 자율 vs 효율) - 판단 습관: 동의부터 하는가 반론부터 하는가, 직감인가 데이터인가 - 감정과 판단의 관계: 기분에 따라 판단이 바뀌는가, 아닌가
여기서 중요한 발견이 있습니다. 선언한 가치와 실제 행동의 가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성장이 1순위"라고 말하지만, 실제 선택에서는 안정을 고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괴리를 적어두는 것이 온톨로지의 핵심 가치입니다.
L2. 역량 (Capabilities) —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현재 가진 기술과 메타스킬, 그리고 공백입니다.
여기에 적는 것들: - 전문 영역: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것 - 중급 영역: 할 수 있지만 전문가는 아닌 것 - 공백: 못하거나 부족한 것
공백을 명시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AI가 사용자의 역량 범위를 알면, 설명 수준을 조절하고 적절한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잘하는 것만 적으면 이력서이지 온톨로지가 아닙니다.
L3. 행위 (Actions) —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가장 자주 바뀌는 레이어입니다.
여기에 적는 것들: -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 단기/중기 계획 - 루틴과 습관
3. 4층이 만드는 두 가지 흐름
이 4층 구조는 단순한 목록이 아닙니다. 위아래로 두 가지 방향의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위 → 아래 추적: "왜?"
"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 → 어떤 역량을 쓰고 있는가? (L2) → 어떤 가치에 기반한 선택인가? (L1) → 내 존재의 어떤 부분에서 비롯되었는가? (L0)
방향을 잃었을 때, 위로 올라가면 근본 동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 위 예측: "다음은?"
존재(기질) + 가치(판단 기준) + 역량(할 수 있는 것)을 조합하면 →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이 프레임으로 필터링하면, 나에게 맞는 기회인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워 보이지만 내 가치와 안 맞는다" 또는 "역량 공백이지만 존재 레이어와 일치한다" 같은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4. 왜 프로필이 아니라 계층인가
"그냥 자기소개를 상세하게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다릅니다. 프로필은 나열이고, 온톨로지는 계층입니다. 차이가 뭔지 예를 들겠습니다.
프로필로 "Flutter 개발자, 투자에 관심 있음, 성장 지향"이라고 적으면 — AI는 이 세 가지를 동등한 정보로 취급합니다. 셋 중 뭐가 우선인지, 왜 Flutter를 하는지, 투자와 개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릅니다.
4층 프레임워크로 정리하면 구조가 보입니다: - L0(존재): 흥미 기반 집중, 성장 정체 시 이동 - L1(가치): 성장 > 자율 > 효율 - L2(역량): 임베디드 전문, Flutter 중급, 투자 초급 - L3(행위): 앱 개발, 블로그 운영, 투자 분석
이렇게 놓으면 AI가 읽을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집니다. "이 사용자가 Flutter를 하는 이유는 성장(L1) 때문이고, 흥미가 떨어지면 다른 것으로 이동할 수 있다(L0)." 제안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계층이 있으면 충돌도 보입니다. "성장이 1순위"(L1)인데 실제로는 "안정적 선택을 반복"(L3)하고 있다면 — 이 괴리가 현재 삶의 긴장점입니다. 프로필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정보가, 계층에서는 자동으로 드러납니다.
5. AI 에이전트에 적용하면
이 개인 온톨로지를 글로벌 CLAUDE.md에 요약해서 넣으면, 모든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정체성을 인식합니다.
실제 적용 효과:
① AI에게 매번 설명이 불필요해집니다
새 세션을 열어도, 새 에이전트를 만들어도,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해달라"를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글로벌 CLAUDE.md에 있으니까요.
② 에이전트가 맥락에 맞게 행동합니다
개발 에이전트는 "이 사용자는 반박을 먼저 원한다"를 알고 대안을 먼저 제시합니다. 콘텐츠 에이전트는 "데이터 기반 판단을 선호한다"를 알고 근거를 먼저 찾습니다. 같은 사용자를 이해하되, 각자의 역할에 맞게 적용합니다.
③ 층간 충돌이 현재 삶의 긴장점과 일치합니다
4층을 정리하다 보면, 층 사이에 충돌이 보입니다. "성장이 1순위"(가치)인데 "안정적 선택을 한다"(행위). 이 충돌은 버그가 아닙니다. 현재 삶에서 실제로 느끼는 긴장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온톨로지가 자기 이해의 도구가 되는 순간입니다.
④ 이력서와의 차이
이력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입니다. 역량과 경력 위주로, 상대방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합니다.
온톨로지는 나를 위한 구조도입니다. 기질, 가치관, 공백까지 포함하여 있는 그대로를 정리합니다. AI에게 보여주는 건 이력서가 아니라 이 구조도여야 합니다. 가공된 정보를 주면 가공된 결과가 나옵니다.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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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L3(행위)부터 적고, "왜 이걸 하지?"를 반복하면서 위로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채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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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한 가치와 실제 가치의 괴리를 솔직하게 적어야 합니다. 이상적인 나를 적으면 AI도 이상적인 제안을 합니다. 현실의 나를 적어야 현실적인 제안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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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톨로지는 고정이 아닙니다. L0(존재)는 거의 안 바뀌지만, L1(가치)은 큰 경험을 통해, L2(역량)는 학습을 통해, L3(행위)는 수시로 바뀝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마무리
1편에서 에이전트 간 관계를, 2편에서 그 구현을, 3편에서 사용자 자신의 구조화를 다뤘습니다.
결국 온톨로지는 세 겹입니다: - 에이전트 온톨로지: 시스템에 누가 있고 어떻게 연결되는가 - 통신 온톨로지: 어떻게 데이터가 흐르고 지식이 계층화되는가 - 개인 온톨로지: 이 시스템을 쓰는 내가 누구인가
세 겹이 갖춰지면, AI 에이전트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시스템이 됩니다. 에이전트가 소수든 다수든, 시작은 동일합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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